[김형원의 오덕이야기] ⑨'딱딱이・줄동전・쇠자 금지' 1980년대 추억 속 오락실 문화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 2018.03.03 06:00:00
국내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1980년대 오락실 기계를 닮은 미니 게임기 '쌍문동 우주 오락실' 상자에는 '딱딱이・줄동전・쇠자 금지'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오락실 게임기 조이스틱. / 김형원 기자

게임기 장난감을 한창 가지고 놀 어린이는 물론, 그 장난감을 사주는 엄마도 내용을 파악할 수 없는 이 정체불명의 문구는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국내 오락실 문화를 대변해 주는 아이템이다. 80년대 코흘리며 엄마 몰래 오락실에서 게임을 즐겼던 당시 소년이자 지금의 성인 남성에게는 가슴 속 추억을 후벼 파며 입가에 미소를 절로 만들게 하는 문장이다.

'딱딱이'는 담배 라이터 등에 탑재된 점화 장치다. 전기 스파크를 일으키는 딱딱이는 오락실 게임기에서 쇠로 만들어진 동전 넣는 부분에 대고 전기적 충격을 가해 마치 동전을 넣은 것처럼 게임의 코인 수가 증가된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게임에 눈이 먼 소년(오락실 점주 입장에서는 악동들)이 자주 사용한 아이템이다.

▲딱딱이라 불리던 담배 라이터용 점화 장치. / 나무위키 갈무리

'줄동전'은 딱딱이 보다 원시적인 방법으로, 동전에 구멍을 낸 뒤 이를 줄로 묶어 오락실 게임기의 동전 투입구에 넣었다 뺐다 하는 방식으로 게임 코인 수를 늘리는 방법이다.

줄동전과 유사한 또 다른 방식은 '테니스 줄'이 있다. 굵은 테니스 라켓 줄을 끊어 구부린 뒤 오락실 게임기 동전 투입구에 넣어 이리저리 움직이면 게임기 코인 수가 늘어난다. 줄동전에 비해 성공확률은 낮은 것은 흠이다.

딱딱이・줄동전은 오락실로 생계를 유지하는 점주 입장에서 '영업방해' 행위였기에, 소년들의 이런 치트(Cheat) 행위 발각은 '부모 소환', '벌서기', '오락실 청소' 등 엄벌로 연결됐다.

이제는 추억이 돼 버린 이런 오락실 이야기는 사실 한국 만이 아닌 1970~1980년대 오락실 문화를 만들어내고 향유했던 모든 나라에서 공통된 것이다.

40대 일본인 남성 기무라씨는 "줄동전・딱딱이 하다 오락실 주인에게 걸린 소년 이야기는 어느 나라에든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1970년대까지 일본 오락실에는 줄동전 등 치트가 통했지만 1980년대 초반부터는 오락실 게임기 코인 체크 기계 구조가 바뀌면서 줄동전이 아예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오락실 자체가 일본에서 건너온 것인 만큼 관련 문화는 동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 애니메이션 등 팝컬처 콘텐츠에 영향 끼친 1980 오락실 문화

1980년대 오락실 문화는 지금도 만화・애니메이션・게임 등 팝컬처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2007년 일본 현지 방영된 TV애니메이션 '라키스타(らき☆すた)'에는 일본의 오덕 문화 외에도 '쇠자 연타' 등 1980년대 오락실 문화를 고스란히 그려냈다.

▲애니메이션 ‘라키스타’ 속 오락실 문화 관련 화면, 쇠자로 버튼을 연타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김형원 기자

'쇠자 연타'는 1983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육상 올림픽 게임 '트랙 앤 필드(하이퍼 올림픽)'로 인해 널리 보급된 기술로, 오락기 버튼을 쇠자의 탄성을 이용해 연속으로 재빠르게 누르는 것이다. 쌍문동 오락실 장난감에 '쇠자 금지' 문구가 붙은 이유는 쇠자로 버튼을 눌러대면 오락기 조이스틱 버튼 외형이 빨리 상하고 내부적인 고장을 일으키기 쉽기 때문이다.

쇠자를 대신할 수 있는 도구는 '동전'과 가챠퐁 뽑기 장난감 껍데기 등이 있다. 동전을 이용한 일명 '동전갈기' 기술은 오락기 조이스틱 버튼에 쉽게 상처를 낸다는 이유로 일부 오락실서 금지되기도 했다.

1970~1980년대 오락실 문화는 국외서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인기작은 2012년에 공개된 '100엔 더 재패니스 아케이드 익스피리언스'다. 브래드 크로포드 감독이 만든 이 다큐멘터리는 1980년대 전 세계 게임 문화를 주도했던 일본 오락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의 레트로 오락실. / 김형원 기자

크로포드 감독은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오락실 문화 쇠퇴 현상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그 문화 정신은 글로벌 격투 게임 토너먼트 대회인 '에볼루션 챔피언십' 등에 녹아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일본 등지서 매년 열리는 에볼루션 챔피언십은 전 세계 3040세대를 중심으로 인기가 높고, 인터넷 중계는 200만명 이상이 관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레트로 게임 문화의 인기

안타깝게도 전 세계 오락실 수는 줄고 있다. 국내의 경우 영화관과 테마파크 혹은 서울 홍대입구 주변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다.

1980년대 게임 황금기를 이끌었던 일본도 사정은 비슷하다. 일본 '경찰백서'에 따르면 일본 지역 오락실 수는 1986년 2만6573곳에서 2016년 4542곳으로 전성기 대비 6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오락실 게임 문화를 향유했던 30세부터 60세쯤까지 게임 마니아가 창고를 빌어 오락실을 만드는 등 독자적인 레트로 게임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 마니아는 집에 과거 오락실서 사용됐던 브라운관 화면을 갖춘 게임기를 한 두 대쯤 기본적으로 갖고 있으며, 게임 소프트웨어를 담은 게임 기판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1970년대 일본서 사용되던 테이블형 오락실 게임기 동호인 사진. / 트위터 갈무리

트위터에서 주로 활동하는 오락실 레트로 게임 마니아는 서로 보유하고 있는 게임 기판을 교환해 즐기거나 전자 지식이 풍부한 사람의 힘을 빌어 오래된 기판과 게임기를 수리하는 등 서로 협업한다.

또, 명작 게임을 탄생시켰던 게임 크리에이터를 불러 게임 제작 당시의 뒷이야기를 나누는 등 이벤트도 벌인다.

일본의 고전 레트로 게임 문화 이벤트는 개인에서 기업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게임 전문 기업 세가홀딩스는 4월 14일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열리는 게임 이벤트 '세가페스 2018'에서 자사 게임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뮤지엄을 운영한다. 일본의 레트로 게임 관련 이벤트는 개인과 기업 구분없이 지속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 1980년대 오락실 게임 담은 상품, 국내서도 인기

80년대 오락실을 포함한 레트로 게임 문화 인기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국내 가격비교 사이트 에누리에 따르면 2018년 1월 고전 레트로 게임기 관련 매출은 전년 같은 달 대비 436%, 주문 수는 289% 증가했다. 에누리는 1200개쯤 옛날 오락실 게임이 담긴 '월광보합' 시리즈와 3만원쯤에 구입할 수 있는 쌍문동 우주 오락실 인기가 높다고 밝혔다.

이제 하나 남은 국내 오락실 게임기 유통상가인 영등포 유통 전자상가의 한 업자는 "30~40대 남성을 중심으로 집에 설치 가능한 오락실 게임기 수요가 과거보다 증가했다"고 말했다. 인기 제품은 과거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보던 40만원쯤에 구입할 수 있는 작은 오락실 게임기라고 설명했다.

용산 등 게임 전문 상가에는 중국에서 들여온 월광보합 게임 기판을 오락실용 조이스틱에 내장한 게임기를 판매하고 있다. 이 게임기는 HDMI 영상 단자로 TV에 쉽게 연결해 사용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서 월광보합 이름으로 판매되는 게임기는 대부분 이런 형태라고 보면 된다.

▲월광보합 게임기판과 오락실 조이스틱이 결합된 게임기. / 이베이 갈무리

일본에서는 1980년대 오락실에서 사용되던 오리지널 게임기판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현지 게임 마니아가 게임기판을 선호하는 까닭은 실제 기판 보다 그래픽과 사운드 품질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월광보합은 실제 칩으로 구성된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에뮬레이션 방식으로 구동되는 만큼 오리지널 기판과 비교해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월광보합 오락실 게임기 구매자가 알아야 할 것은 게임기 속 콘텐츠는 원저작권자와 협의되지 않은 카피 상품이라는 것이다. 유통업계가 불법복제 상품인 줄 알면서 이들 상품을 판매하는 까닭은 오래된 게임 콘텐츠에 대한 국내 단속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라만다 오리지널 게임기판(오른쪽). / 김형원 기자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